지난주에 친구가 새 노트북을 샀다며 자랑을 하더군요. 윈도우11이 깔려있다고 신나 하는데,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그거 기본 설정 그대로 쓰면 고생한다?" 친구가 의아해하길래 직접 가서 설정을 손봐줬는데요. 30분 만에 완전 다른 컴퓨터가 됐다며 놀라더라고요. 여러분도 비슷한 경험 있으실 겁니다. 새 컴퓨터 샀는데 왜 이렇게 느린지, 왜 자꾸 이상한 알림이 뜨는지. 사실 윈도우11의 기본 설정은 모든 사용자를 만족시키려다 보니 정작 개인에게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거든요.
목차
첫 번째, 작업 중 강제 재부팅 막기
지난달에 정말 황당한 일이 있었어요. 거래처에 보낼 제안서를 밤새 작성하고 있었는데, 새벽 3시쯤 화장실 다녀왔더니 컴퓨터가 재부팅되어 있더라고요. 4시간 작업이 날아갔죠. 자동 저장? 그런 거 없었습니다. 이런 비극을 막으려면 윈도우 업데이트 설정을 건드려야 해요.
'설정'에 들어가서 'Windows 업데이트'를 찾은 다음, '고급 옵션'으로 들어가세요. 여기서 '활성 시간'이라는 메뉴가 있는데, 본인이 주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대를 입력하면 됩니다. 저는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로 설정해 뒀어요. 이 시간에는 아무리 급한 업데이트라도 재부팅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 개인정보 수집 차단하기
얼마 전 재밌는 실험을 해봤습니다. 친구와 대화하면서 "최근에 캠핑 가고 싶다"라고 말했는데, 다음날부터 캠핑용품 광고가 막 뜨더라고요. 우연일까요? 글쎄요. 윈도우11은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수집합니다. 어떤 앱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타이핑 습관은 어떤지, 심지어 위치 정보까지. '설정'에서 '개인정보 및 보안'으로 들어가 보세요.
'일반' 항목에 스위치가 여러 개 있을 겁니다. 특히 '앱에서 광고 ID를 사용하도록 허용'은 무조건 끄세요. 이게 켜져 있으면 여러분의 컴퓨터 사용 패턴을 분석해서 맞춤 광고를 보여줍니다. '웹사이트가 내 언어 목록에 액세스 하도록 허용'도 끄는 게 좋아요. 외국 사이트 들어갔다가 갑자기 그 나라 광고가 따라다니는 경험, 다들 있으시죠?
세 번째, 부팅 속도 높이기
제 동생 컴퓨터는 부팅하는 데 5분이 걸렸습니다. 농담이 아니에요. 전원 버튼 누르고 커피 내려 마시고 와도 아직 로딩 중이더라고요. 원인을 찾아보니 시작 프로그램이 무려 23개. Ctrl, Shift, Esc 키를 동시에 누르면 작업 관리자가 열립니다. '시작프로그램' 탭을 클릭해 보세요. 여기 나오는 프로그램들이 모두 부팅할 때 자동으로 실행되는 녀석들입니다.
제 경험상 정말 필요한 건 백신 프로그램과 클라우드 동기화 프로그램 정도예요. 메신저, 게임 런처, 각종 업데이터는 필요할 때 직접 실행해도 늦지 않습니다. 특히 '시작 영향'이 '높음'으로 표시된 프로그램들을 비활성화하면 부팅 시간이 확 줄어듭니다. 동생 컴퓨터는 1분 30초로 단축됐어요.
네 번째, 파일 확장자 표시하기
작년에 회사 동료가 랜섬웨어에 걸렸습니다. 거래처에서 온 메일인 줄 알고 첨부파일을 열었는데, '견적서.xlsx.exe' 파일이었던 거죠. 엑셀 파일인 줄 알았는데 실행 파일이었던 겁니다. 이런 실수를 방지하려면 파일 확장자를 항상 볼 수 있게 설정해야 합니다.
파일 탐색기를 열고 상단 메뉴에서 '보기'를 클릭하세요. '표시' 구역에 '파일 확장명'이라는 체크박스가 있습니다. 여기에 체크하면 모든 파일의 진짜 확장자가 보입니다. 같은 위치에 '숨김 항목'도 체크해 두면 좋아요. 가끔 프로그램 설정을 바꾸거나 문제를 해결할 때 숨겨진 폴더에 접근해야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다섯 번째, 전원 관리 최적화
노트북으로 동영상 편집을 하는데 자꾸 버벅거린다는 분이 있었어요. 사양을 물어보니 충분한데도 성능이 안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전원 설정이 '절약' 모드로 되어 있었습니다. 화면 우측 하단 배터리 아이콘을 클릭하면 전원 모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전원 어댑터를 연결한 상태라면 '최고 성능'으로 설정하세요. CPU와 그래픽카드가 최대 성능을 발휘합니다. 물론 배터리로만 사용할 때는 '균형' 정도가 적당합니다. '최고 성능'으로 놓고 배터리로 쓰면 2시간도 못 버티거든요. 저는 집에서는 최고 성능, 카페에서는 균형 모드로 바꿔가며 씁니다.
여섯 번째, 작업 표시줄 커스터마이징
처음 윈도우11을 봤을 때 가장 당황스러웠던 게 가운데 정렬된 시작 버튼이었어요. 25년 동안 왼쪽에 있던 게 갑자기 가운데로 가니까 매번 헛클릭을 하더라고요. 다행히 이건 쉽게 바꿀 수 있습니다. 작업 표시줄에서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클릭하고 '작업 표시줄 설정'으로 들어가세요.
조금 내려가면 '작업 표시줄 동작'이 있고, 여기서 '작업 표시줄 맞춤'을 '왼쪽'으로 바꾸면 됩니다. 그리고 '위젯' 아이콘도 끄길 권합니다. 처음엔 날씨나 뉴스 보기 편할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거의 안 쓰게 되더라고요. 오히려 실수로 클릭해서 작업 중에 방해만 됩니다.
일곱 번째, 보안 프로그램 정리
컴퓨터가 느리다고 하시는 분들 중 상당수가 백신을 2~3개씩 깔아놓고 있더라고요. 백신이 많으면 더 안전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입니다. 윈도우11에는 Windows Defender라는 백신이 기본 탑재되어 있습니다. 예전과 달리 성능이 상당히 좋아져서, 일반 사용자라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굳이 다른 백신을 설치하고 싶다면, Windows Defender는 꺼야 합니다. 두 개의 백신이 동시에 작동하면 서로를 악성코드로 인식하고 싸우기도 해요. 실제로 제 고객 중에 이 때문에 블루스크린이 계속 뜬 분도 있었습니다.
정리하며
이 모든 설정을 하는 데 길어야 30분입니다. 하지만 이 30분이 여러분의 컴퓨터 생활을 완전히 바꿔놓을 거예요. 제가 설정을 도와드렸던 분들은 "새 컴퓨터를 산 것 같다"고들 하시더라고요. 특히 부팅 속도와 전반적인 반응 속도가 눈에 띄게 좋아집니다.
그리고 쓸데없는 정보 수집도 막을 수 있고, 작업 중 날벼락같은 재부팅도 피할 수 있죠. 한 가지 더 팁을 드리자면, 이런 설정들을 다 마친 후에는 시스템 복원 지점을 만들어두세요. 나중에 뭔가 잘못됐을 때 이 시점으로 돌아올 수 있거든요. 컴퓨터는 도구입니다. 내게 맞게 조정해서 쓰는 게 당연한 거예요. 기본 설정에 나를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